어느 공무원의 카지노 이야기 #2 > 썰&사연 제보

나의 학창 시절은 공부보다는 놀기에 바빴고, 같은 또래 친구들에 비해 무척 까졌는데도 불구하고 부모님이나 학교는 나의 이런 비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함께 비디오 보고, 고스톱과 포커를 즐기며 사창가 거리를 몰려 다니던 동네 친구들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중, 고등학교 6년 동안에도 학교 성적은 계속 상위권을 유지하였고, 나의 가식적인 모범생 생활도 그렇게 이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한 명문대에 진학한 나는 법과 행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되어 국가 운영에 참여하고 싶은 꿈을 꾸었다. 

그러나, 5급 행정 고시는 어려운 과제였다. 

졸업 후 2번의 낙방후에 치른 7급 국가 공무원 시험에서는 손쉽게 합격을 하였는데, 5급 고위직으로 바로 출발하는 것도 좋지만, 하위직도 적당히 경험하다가 5급 이상으로 승진하여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으니 나에게는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2006년 7급 공무원 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나는 곧바로 정부 과천 청사로 출근을 하며 공직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눈에 비춰지는 공무원의 모습은 ‘철밥통’,  ‘복지부동’,  ‘창의성없는’,  ‘세금만 축내는 버러지같은’ 등등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지만, ‘나의 세련된 상상력으로 우리 국민들의 삶이 바뀐다’ 라는 나만의 신념으로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한다.

나름 영어도 잘해서 외국 문헌도 찾아보고, 국가 별 분석 차트도 직접 만들어 윗선에 보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내면서 첫해부터 과장님을 비롯한 상사들로부터 예쁨도 많이 받았었다.

그리고 1년 내내 아침 7시 출근, 밤 10시 퇴근, 주말에도 출근하면서도 공무원으로 일하는게 너무나도 즐거웠고, 주변에서는 일을 즐기면서 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장래가 유망한 젊은 친구라는 칭찬이 자자하였다.

그렇게 촉망받던 젊은 공무원의 삶이 망가져 가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2008년 겨울 내가 제안한 기획안이 내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국회 예산 심의까지 통과하여 확정되자 과장님은 수고했다며 주말에는 출근하지 말고 좀 쉬었다 오라고 하셔서 오래간만에 대학 동기 셋이서 강원도로 여행을 떠난다.

오래간만에 간 영월 청령포도 구경 가고,

정선 오일장에서 메밀전병에 막걸리 한잔을 하던 그때 친구놈이 한마디 한다.

 “야! 우리 여기까지 왔는데 강원랜드 한번 가볼까?”

 “그래, 나 거기 한번도 안가봐서 궁금했는데 가보자.”

의견이 모아진 우리는 친구놈 차로 정선 사북으로 향하게 된다.

강원도 시골길을 가다가 사북에 도착하니 이곳은 무언가 공기부터 달랐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전당사는 세상 처음 보는 광경이었는데, 사북역과 석탄박물관을 지나 위로 올라가니 옥색 지붕에 화려한 호텔이 눈에 들어온다.

 “와! 여기가 강원랜드구나.”

 촌놈이 서울역에 처음 도착해서 대우빌딩을 보고 놀라듯이, 우리도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강원랜드를 보며 처음 놀라던게 생각난다.

토요일 오후 카지노를 처음 본 장면은 정말 충격이었다.

우선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것. 그리고 게임 테이블은 최소 세겹으로 둘러싸여 있다보니 배팅은커녕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구경조차 하기 어려웠다는 기억이 제일 먼저 났다.

그렇게 사람들 물결에 쓸려다니다가 머신 게임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머신 게임도 모두들 앉아 담배를 뻑뻑 피우면서 게임을 하고 있거나, 사람이 없는 머신에는 동전 넣는 구멍에 만원짜리 지폐를 꽂아놓으면서 ‘자기 자리’를 표시해 두다보니 우리가 앉아 게임을 할 곳은 테이블도 머신도 없었다.

공짜로 주는 음료수를 마시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라면서 

조금 더 배회를 하다보니 머신에 앉아있던 어떤 아저씨가

“에이씨~ 드럽게 안되네”라면서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잽싸게 앉아 가지고 있던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넣고, ‘띵띵띵’ 버튼을 누르니 5판 정도 연속을 죽었고, 만원이라는 돈도 30초도 되지 않아 사라지게 되었다.

어차피 카지노에는 놀러온거고 여기에 쓴 돈은 노는 비용이라 생각하면서 3만원을 더 머신에 넣고 버튼을 누르는데, 역시나 죽고 죽고 또 죽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버튼을 눌렀는데...

무슨 게임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기계에서 화려한 불빛과 함께 “뿅뿅뿅뿅뿅~~~” 소리가 나더니 점수가 정확히 2,700점까지 올라가는게 아닌가?

나와 친구들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으니,

옆에서 게임하던 아저씨가

 “어이구! 터졌네. 축하해!” 라면서 방법을 알려주셨다. 

 그 머신의 1점이 5백 원이었으니 정확히 135만원이 터진 것이다.

 머신에서 5백 원짜리 동전 2,700개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 짜릿했던 경험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4만원으로 만든 135만원... 

그러나 짜릿하고 달콤했던 이날의 경험은 내 인생에서 절대 맛보지 말았어야 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