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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사연] 제3부 부러진 화살의 궤적: 끝나지 않는 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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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로비 상황실의 공기는 에어컨 바람조차 서늘했습니다. 

저는 떨리는 손으로 ‘영구 출입 제한 신청서’를 작성했습니다. 

도장을 찍는 순간, 제 인생을 지탱하던 화려한 지옥의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히는 환청이 들렸습니다. 


그 대가로 제가 받은 것은 고작 6만 원의 귀향비였습니다.

수억 원을 쏟아부은 대가치고는 지나치게 가벼운, 단 몇 장의 지폐가 손바닥 위에서 흐느끼듯 구겨졌습니다. 

대전행 버스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생각했습니다. 


'내 영혼의 가격이 딱 6만 원이었구나.'


고향 집 문을 열었을 때, 어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청국장과 따뜻한 흰쌀밥을 내놓으셨죠. 

저는 그 밥을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밀어 넣으며 오열했습니다.

밥알이 모래알처럼 까끌거려 삼키기 힘들었습니다. 

저를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는 친동생의 차가운 눈빛, 그 멸시마저 제게는 과분한 달게 받아야 할 형벌이었습니다.


"데이터가 틀렸음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내 인생의 첫 번째 정답이었다."


저는 사북 뒷골목에서 몸으로 익힌 ‘휴대폰 생리’를 밑천 삼아 중고폰 매입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불법 내구제가 아닌, 정당한 유통이었습니다. 

밑바닥에서 배운 독기로 미친 듯이 일했습니다.


사업은 무서운 속도로 번창했습니다. 

한때 수치를 다루던 제 분석력은 중고 시장의 시세 흐름을 읽는 데 최적화되어 있었습니다. 

대전 시내 수백 군데 매장에 저만의 정교한 단가표를 뿌렸고, 일주일에 300대가 넘는 중고폰이 제 손을 거쳐 갔습니다.


"도 사장, 수완이 보통이 아니네. 역시 대기업 출신은 급이 달라."


사람들은 다시 저를 ‘사장님’이라 불렀습니다. 

빚은 빠르게 줄어들었고, 텅 비었던 통장 잔고는 다시 억 단위를 넘나들었습니다. 

잃어버린 신뢰라는 데이터가 조금씩 복구되는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평온은 중독자에게 가장 위험한 ‘맹독’이라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어느 날, 거래처 사장을 따라 우연히 발을 들인 경마 중계장. 

그곳엔 카지노의 담배 연기와는 다른, 거칠고 뜨거운 짐승의 숨소리가 가득했습니다.


"블랙잭이 정적인 수 싸움이라면, 경마는 살아있는 육체의 폭발이었다."


10여 마리의 말이 직선주로를 질주하며 바닥을 때리는 소리, 그리고 터져 나오는 함성. 

잊었다고 믿었던 제 안의 도박 세포들이 일제히 잠에서 깨어나 뇌를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심장이 다시 불길하게 뛰고 있었습니다.


경마는 카지노보다 훨씬 더 강력한 지옥이었습니다. 

저는 다시 전공을 살려 예상지를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말의 혈통, 기수의 컨디션, 경기장의 함수율(含水率)까지 모든 것을 수치화했습니다.

하지만 말은 엑셀 시트 안의 기계가 아니었습니다. 

1코너를 돌 때의 미세한 비틀림, 기수의 찰나의 망설임 하나로 모든 분석은 쓰레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적중했을 때의 황홀감은 블랙잭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파괴적이었습니다. 

수천 명의 관중 속에서 제가 선택한 말이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는 순간, 

저는 다시 제가 세상의 주인공이자 포식자가 된 것 같은 환각에 빠졌습니다.


낮에는 중고폰을 매입해 돈을 벌고, 밤에는 경마 영상을 분석하는 기괴한 이중생활. 

번 돈은 족족 마권(馬券)으로 바뀌어 공중으로 흩어졌습니다. 

메비우스의 띠처럼 끝없는 파멸의 순환이 다시 저를 집어삼켰습니다.


현재 저는 부천의 어느 낡은 원룸에서 혼자 삽니다.

저는 이제 저 자신을 절대 믿지 않습니다. 

인간의 의지라는 데이터가 얼마나 신뢰할 수 없는 쓰레기인지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경제권은 저를 증오하던 친동생에게 넘겼습니다. 

매일 아침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제 위치를 보고하고, 동생이 이체해 주는 최소한의 생활비로 하루를 버팁니다. 

'사장님'이라 불리며 수천만 원을 주무르던 손에는 이제 낡은 볼펜 한 자루가 쥐어져 있습니다.

밤마다 저는 글을 씁니다. 

제 추악했던 과거와 여전히 제 뇌 속을 떠도는 경마의 유혹을 기록합니다.


"도박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관리해야 하는 형벌이다."


새벽 3시, 화장실에서 몰래 눈물을 훔치던 어머니의 굽은 뒷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저는 펜을 쥔 손에 힘을 줍니다. 

창밖으로 부천의 밤거리가 펼쳐져 있습니다. 

저 멀리 어디선가 또 다른 도준이 '이번만은 다르다'며 첫 베팅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저는 그들을 향해, 혹은 저 자신을 향해 마지막 문장을 적습니다.


"부러진 화살은 다시 과녁을 향해 날아갈 수 없다. 다만, 땅에 떨어진 화살촉의 날카로움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카지노도, 경마장도 아닌 우리 안의 괴물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기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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