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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사연] 카지노 죽음의 문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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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의 밤하늘에 수놓인 불빛들이 철수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호텔 창가에 서서 아래로 흐르는 차들의 행렬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그의 마음은 복잡한 감정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기서 내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그는 중얼거렸다.


철수는 도박 중독자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것이 어느새 그의 삶을 송두리째 집어삼키고 있었다. 부모님께 사업 자금이라며 빌려간 돈은 이미 오래전에 카지노 테이블 위에서 사라졌고, 그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닐라에 온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카지노에서 밤을 새우고, 낮에는 잠깐 눈을 붙이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수염은 덥수룩하게 자라있었다.

"이번에는... 이번에는 꼭..."

그는 주머니에 남은 마지막 칩을 만지작거렸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기회였다. 이걸로 모든 걸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그는 스스로를 설득했다.


카지노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화려한 조명과 시끄러운 소음이 그를 반겼다. 익숙한 풍경. 그는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블랙잭 테이블에 앉은 철수가 어수룩한 영어를 한마디 내뱉는다. 

"Hit"

딜러가 카드를 한 장 더 내밀었다. 철수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번 판에 걸린 건 단순한 돈이 아니었다. 그의 미래, 그의 모든 것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이제 모든 것을 잃었다. 그는 멍한 눈으로 카지노를 바라보았다. 모든 딜러의 시선이 그에게 꽂히는 것 같았다.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의 머릿속에 두려운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호텔로 돌아온 그는 로비 소파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때였다. 한 남자가 그에게 다가왔다.

"힘들어 보이시네요.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철수는 고개를 들어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낯선 얼굴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친근감이 느껴졌다.

"저... 네..."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제 동생이 세부 카지노에서 에이전시를 해요. 여권만 맡기면 게임머니를 빌려줄 수 있답니다."

철수의 눈이 커졌다. 이성은 위험을 경고했지만, 욕망이 그 소리를 압도했다.

"정말인가요?"

그는 희망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이죠. 한 번 가보시겠어요?"

철수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그에겐 이미 돌아갈 곳이 없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부로 향하는 차 안에서, 철수는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려 애썼다. '이번 한 번만 더. 이걸로 다 만회할 수 있어.'

세부에 도착한 그들은 철수의 여권을 맡기고 1억 원어치의 칩을 받아왔다. 철수의 손이 떨렸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카지노로 들어가 테이블에 앉았다.  철수는 벼랑끝에 있다 이 돈으로 승부를 보는 거야.... 모든 것을 걸었다.  1시간쯤 지났을까? 그 짧은 시간 동안 1억이 증발했다.

현실감이 사라졌다. 주변의 모든 것이 흐릿해졌다. 딜러들의 차가운 눈빛만이 선명했다. 그제야 철수는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큰 함정에 빠졌는지를.


철수는 호텔 방으로 끌려갔다. 열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그를 에워쌌다. 전화기를 내밀며 말했다. 

"돈 붙여. 빨리."

철수의 손이 떨렸다. 어머니의 번호를 눌렀다.

"엄마... 살려주세요. 무서워 죽겠어요."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번엔 연기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두려웠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수야, 울지 마. 천천히 말해봐."

하지만 철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떻게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까?

전화기가 빼앗겼다. 사채업자가 상황을 설명했다. 

잠시 후 다시 철수에게 전화가 넘어왔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더 이상 너는 내 아들이 아니야. 앞으로 연락하지 마."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철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주위의 남자들이 달려들었다. 폭력과 협박이 시작됐다. 12시간 동안 잠도 못 자고 온갖 수모를 겪었다.

죽고 싶었다. 모든 게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수야, 포기하지 마. 넌 살 수 있어.'


20일간의 감금 생활. 

매일이 지옥 같았다. 위조된 서류에 지장을 찍게 강요받았다.

"필리핀에선 현지인에게 돈 빌리면 한국으로 못 돌아가. 교도소 가야 돼. 재판만 5년이야."

절망 속에서 철수는 한 줄기 빛을 발견했다. 예전에 만났던 도박중독 치료 선생님.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저 김철수입니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조언을 해주셨다. 대처 요령을 알려주셨다. 그 목소리에 힘을 얻어, 철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결국 철수는 20일 이상 감금 생활을 이어가다가 돈을 마련한 어머니의 도움으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 온 철수는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중독은 그렇게 쉽게 떨쳐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도박의 유혹은 계속됐다. 주식, 인터넷 도박, 경마... 돈과 관련된 모든 것에 손을 댔다. 도박 빚을 갚아야 한다는 핑계로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철수는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결국 절도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재판정에 선 그날, 철수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았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제 그는 치료감호소에서 정신병 감정을 받고 있다. 

자신이 정말 정신병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철수는 생각한다. 이것이 도박 중독자의 최후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작일까?


철수는 국선 변호사와의 상담에서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도박이 아니었으면 절도를 하지 않았을 거라 주장했다.” 그는 교도소에서의 생활 대신 치료감호소에서의 치료를 호소했다. “제가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때는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걸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치료감호소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그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신의 상황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여기서는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점차 그곳에서의 생활에 적응해갔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그는 자신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날, 철수는 다른 수감자와의 대화에서 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정신병원을 자발적으로 찾아가 입원한 도박 중독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외아들이었고, 부모님에게 무릎을 꿇고 빌며 병원에 입원했다고 했다. “그는 퇴원 후에도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았지만, 결국 다시 도박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혹시 나도 그런 존재가 아닐까?” 철수는 그 이야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그는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결심이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정신병원과 교도소는 서로 다를 뿐이지, 결국 내 모습은 같아.” 그는 그렇게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그의 생각은 점점 깊어졌다. “내가 이렇게까지 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과거를 되짚어보며, 도박이 가져온 고통과 슬픔을 다시 떠올렸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였을까? 돈을 따기 위해, 아니면 그 순간의 쾌감을 위해?”


그런 생각들을 하던 중, 철수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도박 중독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내 삶의 빈공간을 메우려는 시도였구나.” 그는 그 순간, 자신이 도박에 빠져든 진짜 이유를 이해했다. 그는 외로움과 상실감, 그리고 그로 인해 느끼는 무기력을 도박으로 채우려 했던 것이다.


“이제는 도망치지 않겠다.” 그는 결심했다. “내가 겪은 고통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나처럼 힘들어하는 중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철수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그는 치료감호소에서의 경험과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의 글은 점차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도박 중독자가 아니다. 나는 내 삶을 다시 찾기 위해 싸우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싶었다. “도박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그의 글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었고, 철수는 그 과정에서 스스로도 치유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내가 겪었던 아픔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이 길을 걸어가겠다.”


결국, 철수는 치료감호소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왔다. 그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노력했다. 도박 중독 치료 센터에 정기적으로 다니며,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다른 중독자들을 돕는 봉사활동도 시작했다. “이제는 내가 받은 도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주고 싶다.” 그의 마음속에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는 이제 삶을 다시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도박이라는 어둠 속에서 벗어나, 다시 빛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겠다.” 철수는 다짐했다. “내가 겪은 모든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고, 이제는 그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매일매일이 도전이었고, 그 과정에서 그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도박 중독의 끝은 죽음이 아니다. 그것은 회복과 새로운 시작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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