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무원의 카지노 이야기 #5
본문
조직에서 인정받고 장래가 촉망되던 젊은 공무원이 강원랜드와 마카오에 빠지게 되면서 일보다는 카지노 게임에 매몰되게 되는데, 이때 공무원으로서 치명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강원랜드에 갈 수 있는 일정은 주말뿐이다보니 주중에는 퇴근 후 온라인 바카라로 카지노 게임을 이어갔는데, 이것이 문제였다.
어느날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린다.
“안녕하세요! 방배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경위 ◇◇◇입니다. ○○○님 맞으시죠?”
“네, 그런데요.”
"○○○님 온라인도박과 관련해서 출석 조사를 받으셔야 하는데, 언제가 괜찮으시겠어요?”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줄 알고 끊으려 했다.
그런데 느낌이 싸늘해지고 드디어 올것이 왔다는 직감이 들었다.
“제가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일과중에는 어렵습니다.”
“그럼 퇴근하고 오셔도 좋고, 토요일도 괜찮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담당 경찰관의 목소리는 무척 친절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친절한 목소리 속에는 나의 삶을 옥죄어오는 올가미가 숨어있다는 것을...
경찰서나 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거나 판사 앞에서 재판을 받을 때는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내가 빠져나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빈틈을 보이지 말고 부인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무조건 바짝 엎드리고 수사나 재판에 도움을 주는게 형량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이번 건으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전 생각을 해보았다.
온라인도박.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IP주소와 입출금 계좌번호가 남아있어 증거가 명확한 상태에서 혐의를 부인하는건 오히려 담당 경찰관 화만 북돋을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약속된 날짜, 약속된 시간에 음료수 한상자를 사들고 담당 형사를 찾아갔다.
“○○○씨 맞으시죠?”
“네.”
“지금부터 당신은 형법 제246조 도박 및 상습도박죄에 대해 조사를 받게 될 겁니다. 이에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를 가집니다. 이해하셨습니까?”
경찰관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심문을 시작한다.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온라인 카지노 조직의 통장을 압수하여 그 통장에서 입출금한 내역을 바탕으로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경찰관의 심문이 시작하고 얼마 안되었을 때였다.
“경찰관님!”
“네, 말씀하세요.”
“아까 미란다 원칙을 저한테 고지하셨는데, 변호사 선임과 같은 문제를 지금 바로 결정하기에는 저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를 알아보고 다시 조사를 받으려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 저도 최대한 수사에 협조를 드리려고 합니다.”
“네, 그러시죠. 그럼 언제 다시 오시겠어요?”
“2주 정도 후가 괜찮을 것 같습니다.”
“네, 그럼 변호사 선임하시면 저한테 연락 한번 주시지요. 그때 뵙고, 오늘은 이만 할게요.”
경찰관이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중간에 끊고 나도 나름대로의 준비를 한 다음에 다시 조사를 받는 것이 유리할 것 같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생각을 해보니 묵비권은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고, 변호사의 도움은 필요할 것 같아 다음 조사에서는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를 방문한다.
형법 제246조에서 ‘도박’과 ‘상습도박’의 차이는 무척 크므로, 경찰 조사에서는 온라인 도박만으로 범위를 좁혀야 했고, 상습적인 도박이 아닌 일시적인 오락으로 했다는 걸 증명해내야 했다. 그런데 당시 경찰이 기준으로 삼은 일시적인 오락과 도박의 차이는 통장 입출금 금액 10만원이었고, 상습도박의 경우는 재범 이상이라는 걸 알게 된다. 안타깝게도 통장 입출금 금액은 증거가 명확하기 때문에 이때는 바짝 엎드려 용서를 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저도 이 사이트가 불법 사이트인줄 몰랐고, 이것이 죄가 될줄은 몰랐습니다.”
담당 형사도 순순히 협조적으로 조사에 응해주어선지
“알겠습니다. 지금 보니깐 초범이시고, 다른 전과도 없으시니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네요. 그렇지만 도박을 하신 것은 사실이다보니 무혐의 처분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과는....
‘기소유예’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기소유예 정도면 대단히 선방한 결과일지 모르나, 중앙부처 공무원 신분에서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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