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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도의 도박 인생 2-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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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주로 100-200 테이블에서만 게임을 했습니다. 하루에 두 타임씩,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요. 


오전 게임이 끝나면 마치 회사원처럼 규칙적인 일과가 시작됐습니다. 호텔에서 반신욕하고, TV도 보고, 핸드폰도 하다가 배고프면 룸서비스를 시켜 먹거나 아래층 마사지샵에서 마사지를 받았죠. 그리고 다시 두 번째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스스로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짧은 시간 안에 큰 돈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필리핀에서 80만 원으로 시작해 8천만 원을 만든 그 돈은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채 통장에 그대로 있었고, 홍콩달러는 매일매일 불어났습니다.


게임의 스케일도 어마어마했습니다. 유럽이나 다른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돈다방' 플레이들이 여기선 비일비재했죠. 블러프를 치면 상대들이 다 폴드하고, 베팅하고 콜을 받으면 제 손에는 늘 1등 패가 들어왔습니다. 연승이 계속 이어졌죠.


100-200에도 완전히 익숙해졌는데, 어느 날 자리가 없었습니다. 25-50은 절대 치고 싶지 않았죠. 50-100으로 내려갔더니 거기에도 봉철이 닮은 실력 없는 플레이어들이 두 명이나 있었습니다. 한 세션에 1,200-1,300만 원을 따기도 했죠.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쭉쭉 나아갔습니다. 뒤에서 바람도 불어주고, 태양은 밝게 비추고, 시야는 환하게 트였죠. 마치 수능 만점자처럼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100-200 테이블이 하나에서 둘로 늘어났습니다. 손님이 많아지고 50-100에서 올라오는 플레이어들도 늘어나면서 두 테이블 모두 꽉 찼고, 웨이팅 리스트도 가득 찼죠.


"아는 얼굴들뿐인데... 자리 날 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지?"


그때 저 끝 테이블에서 처음 보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200-400 테이블이 열린 거죠.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스몰 블라인드가 5만 원, 빅 블라인드가 10만 원 정도입니다. 미니멈이 5만 원쯤 되고, 맥스는 100만 원까지도 괜찮았죠. 마카오의 500-1000처럼 상한선을 두지 않았거든요. 얼마를 들고 앉든 자유였습니다.


당시엔 200-400이 잘 열리지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1,000-2,000도 자주 열리지만, 그때는 200-400이 최고 레벨이었죠.


멀리서 플레이어들을 스캔해보니 100-200을 주로 치는 중국 '작대기'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칩 셔플도 어설프고, 자세나 눈빛, 복장을 봐도 확실한 '호구'들이 보였습니다. 뉴페이스도 두 명 정도 있었고요.


"안 돼... 안 되는데..."



뱅크롤은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려야 반석 위에 집을 짓는 건데, 조금 올랐다고 바로 큰 판에 뛰어드는 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반석이란 흔들리지 않는 자금력, 즉 5억이나 10억 정도의 뱅크롤을 말합니다. 그정도 되면 두 번, 세 번, 다섯 번, 심지어 열 번을 졌다가도 버틸 수 있으니까요.


"이건 다 지나갈 거야."


이런 마음가짐으로 게임을 해야 하는데... 뭔가에 홀린 듯이 10만 불로 바인을 했습니다.


200-400 테이블에 두 자리나 비어있었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죠. 100-200에서 제가 블러프를 치면 폴드해주고, 그들이 치면 제가 폴드하며 티키타카를 주고받던 멤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블라인드 차이는 엄청났습니다. 25-50과 100-200이 하늘과 땅 차이라면, 100-200과 200-400은 지구와 우주만큼 달랐죠.


아마추어가 보기엔 그저 블라인드가 한 단계 올랐을 뿐이지만, 긴장감은 전혀 달랐습니다. 똥구멍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긴장감은 처음 100-200에 앉았을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이었습니다.


"진정하자... 나는 마카오 레귤러다. 지금 잘 되고 있어. 잘하고 있어."


긴장을 감추기 위해 홀덤 플레이어들의 특유의 복장을 했습니다. 헐렁헐렁한 힙한 옷차림에 모자를 깊이 눌러썼죠. 카지노에서 유일하게 모자가 허용되는 게 홀덤 테이블이니까요. 태연한 척 하면서 판세를 살폈습니다.


그리고 미들 포지션에서 K♥Q♥를 받았습니다.


홀덤에는 얼리 포지션, 미들 포지션, 레이트 포지션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자리는 버튼(Button)이죠. 모든 사람들의 액션을 보고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뒤쪽 포지션일수록 유리합니다.


K♥Q♥. 수티드(suited) 카드, 즉 같은 무늬의 킹-퀸은 홀덤 족보에서 상위권에 속합니다. 얼핏 보면 평범하고 에이스도 없는 별 것 아닌 카드 같지만,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킹이 맞아도 되고, 퀸이 맞아도 되고, 스트레이트도 가능하고, 플러시 드로우도 좋습니다. 특히 하트 퀸은 너트 플러시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카드죠.


처음 앉아본 큰 판에서 이런 카드를 받으니, 마치 수억짜리 토너먼트 파이널 테이블에서 A-A를 받은 것처럼 심장이 뛰었습니다.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 홀덤 포지션 설명

- 얼리 포지션(Early Position): 첫 번째로 액션을 취해야 하는 불리한 자리

- 미들 포지션(Middle Position): 중간 자리

- 레이트 포지션(Late Position): 나중에 액션을 취할 수 있는 유리한 자리

- 버튼(Button): 가장 마지막에 액션을 취하는 최고의 자리


# 홀덤 카드 용어

- 수티드(Suited): 같은 무늬의 카드

- 너트 플러시(Nut Flush): 가능한 가장 높은 플러시

- 플러시 드로우(Flush Draw): 플러시를 완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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