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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도의 도박 인생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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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불을 더 채워 넣었습니다. 단순히 올인으로는 8만 불밖에 못 먹지만, 이렇게 키를 맞추면 24만 불까지 가능했죠. 칩을 테이블에 올려놓자 가슴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A♥K♥가 왔습니다. 호섭이는 또 늘 하듯 림프로 들어왔고, 한국 아저씨도 따라왔죠. 마카오가 처음이라 그런지, 3-5로 콜하고 스트레이트 드로우를 노리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갑자기 한국 아저씨가 2,500불을 던졌습니다. A♥K♥로는 히드업이 필요했고, 국룰대로 3,100까지는 무조건 가야 했습니다. 2,500을 받고 8,000불로 5,500을 더 레이즈했죠.


호섭이가 폴드하면서 말했습니다.

"어이, 갑자기 세게 나오네. 죽었어."


한국 아저씨가 스냅콜로 따라왔습니다.


플랍으로 A♠4♥6♥가 깔렸습니다.


"이건 완벽해! 탑 페어에 너트 플러시 드로우... 꽃방수 패다. 셋도 안 무서워. 에이스를 내가 하나 블록했으니까..."


환상적인 플랍이었습니다. 탑 페어에 플러시 드로우까지 있으니 6셋도, 4셋도 무섭지 않았죠. 한국 아저씨가 8천 불을 무슨 패로 콜했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아저씨가 10,000불을 베팅했습니다. 스택이 4만 불 정도 남았네요.


지난 몇 시간 동안 지켜보니 드로우가 있을 때면 크게 동크벳을 치더군요.


"에라이 씨부레, 나가 뒤져라. 뽀뿌리(스트레이트 드로우)나 플러시 드로우 잡았지? 에이스 맞고도 셋이 안 무섭다고!"


올인을 밀어붙였습니다.


"있으면 올 거고 없으면 죽을 거야. 천만불 받아도 되고... 아까우면 콜할 거고... 플러시 드로우 두 장 블록하고 있는데다가 에이스킹이야. 내 생각대로라면 이번 판은 아직 내가 이기고 있을 거야."


올인을 박았더니 플러시 드로우를 잡고 있던 아저씨는 승부를 피하지 않았습니다. 설사 셋이어도 운명이고 승부를 볼 수 있었죠. 쫑(마지막 카드)만 안 나오면 되고, 하트만 뜨면 되니까... 마음이 평온해졌습니다.


"아 씨부레, 동크벳 100까지는 좋았는데... 이 새끼 뭐지?"


한국 아저씨가 5초 정도 고민하더니 콜을 했습니다.


보드에는 A♠4♥6♥. 

턴 카드로 J⋄. 

리버 카드로 9⋄.


플러시는 말랐습니다. 


"제발... 플러시만 돼라, 플러시만 돼라..."


간절히 기도했지만, 결국 에이스 원페어로 끝났습니다. 4-6 투페어에도 질 수 있는 상황. 플러시도 말랐고...


12만이 넘는 팟. 올인을 했으니 제가 먼저 카드를 보여줘야 했습니다. 호구 형... 봉철이를 닮은 그 아저씨는 눈을 깜빡거리며 내 얼굴, 카드, 보드를 번갈아 확인했습니다.


"그렇지... 씨부레... 이거야. 싹 다 가져와."


"어이, 미안합니다. 어... 미안합니다. 그렇지... 아... 말랐지..."


그가 J♥9♥를 보여줬습니다. 


잭-나인 하트로 플러시 드로우였던 거죠. 턴에서 잭을 맞추고 리버에서 9를 맞춰 잭-나인 투페어가 된 겁니다.


"이성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플러시 드로우로 콜을 받았는데, 턴에 J⋄, 리버에 9⋄가 떨어져서... 잭-구 투페어로 싹 쓸어가다니..."


더 이상 여기 앉아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왜 자꾸 이런 시련이 나한테만 오는 거야? 이게 실력이야? 실력이랑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한두 번, 두세 번은 이해가 갔습니다. 호섭이도 그렇고, 대머리 깎은 봉철이 닮은 한국 아저씨도 그렇고... 하지만 왜 맨날 나한테만 이런 일이...


남은 칩을 들고 일어섰습니다. 바람처럼 달렸죠. 큰 돈을 잃고 또 뭔가에 홀린 듯이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캐셔로 가서 이름을 쓰고 카드를 주며 10만 불을 인출했습니다. 디파짓 해놓은 10만 불... 이걸로 20개를 매직처럼 만들어서 포커 테이블로 가서 아까 잭-구로 이겨간 한국 아저씨를 게임으로, 실력으로 씹어먹어버리고 싶었습니다.


"확률은 반반이야. 50대 50. 딱 한 판만 맞추면 모든 걸 원상태로, 처음 앉았을 때처럼 돌려놓을 수 있어..."


한적한 바카라 테이블로 향했습니다. 볼 것도 없이 플레이어에 10만 불을 조용히 올려놓았죠.


마카오 딜러 치고는 젊었습니다. 마카오 여자들은 유머도 없고 건조해요. 삶 자체가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젊은 여자 딜러가 냉정한 얼굴로 카드 두 장을 밀어줬습니다.


바카라는 저번에 해봤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홀덤 카드가 아닌 바카라 카드를 잡아봅니다. 어떻게 까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홀덤은 이렇게 보든지 저렇게 밀어서 보든지 하는데...


홀덤 카드는 계속 사람들이 만지고 체온이 전해져요. 하지만 바카라 카드는... 느낌인지 정말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내 인생을 모두 걸은 것처럼 정성을 다해 카드를 까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힘을 주고 간절하게 보니까 어깨가 아프고 통증이 왔습니다. 엄지손가락에 힘을 너무 줘서 지문이 벗겨질 것 같았어요.


1분이 넘게 1mm씩... 첫 장은 9... 그리고 두 번째 장도 9...


"구구... 내추럴 나인이다..."


홀덤에서 K-K 정도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구구를 잡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아까 숨도 안 쉬어지고 호흡도 가빴는데 긴장의 끈이 풀리면서 내장 끝에서 탄식이 나왔습니다.


"아... 살았네, 살았어..."


그리고 딜러의 카드를 기다렸습니다. 차갑고 도도해 보이는 젊은 딜러가 그 하얗고 긴 손으로 카드를 뒤집었을 때...


또 다른 J-9


"딩!"


망치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욕이 튀어나왔습니다. 딜러는 10만 불, 800만 원을 1분 22초 만에 쓸어갔습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누가 와서 귓방망이를 치고 머리채를 잡아 끌고 나가지 않는 한... 이제는 힘들 것 같았습니다. 추락하는데 날개도 없고, 가속도가 붙었죠.


돈이 아직 20만 불 남아있습니다. 많을 때는 90만 불까지 있었는데... 홍콩달러로 1억 3-4천. 계속 내리막길을 타더니 30만이 죽고, 오늘 40만이 죽고... 이제 20만 불 남은 거죠.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나가면... 며칠 쉬고 50-100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어. 20만 불이면 충분해..."


하지만 젊고 얼굴 뽀얀 마카오 딜러한테는 쪽팔려서 못 가겠어서, 발걸음을 옮깁니다. 구석진 곳으로...


같이 사는 동생들, 형들도 이제 포커룸 출근할 시간이에요. 매일 보는 호주, 유럽, 네팔, 필리핀, 중국 레귤러들... 바카라 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자존심이... 너무 쪽팔려서...


캐셔로 다시 갑니다. 돈이 아직 20만 불이 남아있습니다. 많을 때는 90만 불까지 있었는데... 홍콩달러로 1억 3-4천만 원 정도였죠. 계속 내리막길을 타더니 30만이 죽고, 오늘 40만이 죽고, 이제 20만 불 남았습니다.


"마지막 돈...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밖으로 나가면 며칠 쉬고 50-100에서 다시 시작해도 돼. 20만 불이면 충분해..."


하지만 20만 불을 들고 자리를 옮깁니다. 젊고 얼굴 뽀얀 마카오 딜러한테는 쪽팔려서 못 가겠어서, 구석진 테이블로 향했습니다.


같이 사는 동생들, 형들도 이제 포커룸 출근할 시간이에요. 매일 보는 호주, 유럽, 네팔, 필리핀, 중국 레귤러들... 바카라 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자존심이... 너무 쪽팔려서...


구석에서 인상 좋은 딜러 아줌마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손님이 없으니까요. 테이블이 비어 있었죠.


심호흡을 깊이 한 다음, 20개를 딱 세워서 라인을 맞춰 플레이어에 다시 올려놓았습니다.


도박이란 이런 겁니다. 졸졸졸 시냇물처럼 녹아 죽으면 세월도 놓고, 돈도 놓고, 애간장도 녹고 다 녹아요. 그래서 박을 때는 이렇게 시원하게 박아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빨리 포기하고... 아니, 빨리 찾고...


"나는 바카라에 중독된 애가 아니거든. 그냥 열받았고 여기까지 끌려왔는데... 시원하게 박는 거는 아주 잘한 것 같아요."


유독 플레이어만 배팅했습니다. 여태까지 했던 배팅이 다 플레이어였어요. 뱅커는 커미션도 떼고, 뱅커 6도 있고... 아 씨부레, 가기 싫어... 거부감이 있었죠.


카드를 막 뽑으려는 순간...


쿵작 쿵작 쿵작...


저쪽에서 갑자기 귀신처럼 나타난 사람이 있었습니다. 뚱뚱하고 못생긴데다 안경까지 꼈네요. 냄새 날 것처럼 생긴 놈이 테이블로 와서 축지법 쓰듯 앉더니...


"덩이샤! 덩이샤!(잠깐 기다려!)"


딜러에게 외치고는 5불짜리 칩 하나를 뱅커에 올려놓았습니다.


"아니... 누구는 인생 배팅하고 인생 승부 걸고 20만 불 올려놨는데... 이건 아니잖아... 플레이어에 이미 한두 개도 아니고 20개가... 180만 원짜리 칩이 20개가 올려져 있는데..."


역시 짝대기가 최강입니다. 최강으로 털리죠. 뭐가 틀리냐고요? 칩을 털린 게 아니라 재수가 털린 겁니다.


칩을 빼려고 했지만 꾸벅꾸벅 졸던 아줌마가 정광석화처럼 카드를 이미 빼놓았습니다. 두 장을 밀어주는데 카드가 이미 나와 있었죠.


"아... 좆됐네. 빼고 싶었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소용없어..."


떨리는 손으로 덜덜 떨면서 첫 장부터 정성을 다해 까기 시작합니다. 정말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1mm씩 천천히 까면서... 온몸의 피가 손가락 두 끝과 눈에만 몰려있는 걸 스스로도 느낍니다.


얼마나 힘을 줬는지... 첫 장은 8... 사이즈도 볼 줄 몰라요. 그냥 어떻게 어떻게 내리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도 있고 저렇게 된 것도 있고... 우리는 꺾인 각도만 멀리서 봐도 아는데, 이건 다 까봐야 알아요.


두 번째 장을 까기 시작합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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