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페라도 30. > 멤버 카지노 Story

30.민철의 번뇌.

겨울날 산속 암자에는 일찍 밤이 찾아온다.
소쩍새가 우울하게 울고 쥐 죽은듯이 조용한 법당 앞 절마당에는 번뇌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명의 중생이 왔다갔다 두리번 거린다.

민철은 일주일이나 여기서 징역 아닌 징역을 살았다.
처음 몇일은 수양하러 왔다는 마음가짐으로 아침예불 저녁예불에 동참하여 불공을 드렸고, 담배도 끊었으며...
낮에는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장작도 마련하고 도끼질로 시간을 보냈다.
식사공양때 마다 처용스님과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오선생과 스님이 어린시절부터 죽마고우 였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그렇게 산사에서 자신의 존재감도 잊은채 무아의 지경으로 한껏 힐링을 하는 와중에...

주머니에 팔천 몇백원 있던 개털 민철이 에게 혼자살던 신림동 반지하방 밀린 월세를 제하고 남은 보증금이 오늘 입금이 됐다.
무일푼 노름쟁이에게 돈이 생겼단 말이다.

입금 문자를 보고 난 이후 민철은 잊고 지냈던 노름쟁이 였던 자신과,
힐링이 한껏된 산사에 있는 자신이 민철의 머릿속에서 계속 싸우는 중이다.

어떻게든 버텨 보려는 민철의 마음도 모른채,
칲을 그리워 하며 만지고 싶어하는 두손이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며 떨리기 시작하였고,
다리는 앉았다 일어섰다 운동화를 신었다 벗고 털신을 신었다...
아주 혼자 쌩쑈를 하기 시작한다.

승방에서 야밤에 민철이 혼자 안절부절 하는 꼴을 물끄러미 바라본 처용스님은 민철을 불러 들인다.
민철은 급똥이 마려운듯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어색한 표정으로 승방에 드러와 회색방석 위에 어색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처용스님은 민철을 앞에 두고 다기를 꺼내 물을 끓이고 찻잎을 우려내어 첫물로 다기들을 정성껏 소독한 뒤 두번째 우린물을 찻잔에 따라내어 민철에게 차를 권한다.

-일단 차 한잔으로 들뜬 가슴을 가라 앉히시지요...
거사님 무슨일 있지요?
-별일 아닙니다...
-왜 별일이 아닌가요?
-제 마음속 갈등 때문에 그럽니다.
민철은 그런 자신이 스님 앞에서 쪽팔린듯 머리숙여 괴로워 한다.
-노름이 꼴려서 미치겠어요?
그럼 가세요...
하고 싶을땐 해야 하는겁니다.
노름은 끊는다고 해서 끊을순 없습니다.
더 이상 이젠 노름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껴야 안합니다.
여기서 일주일간 고생 많이 하신것 잘 압니다.
한번 휑 허니 다녀 오시지요...

그 말을 듣자마자 그 순간부터 민철의 눈빛이 광채를 띄기 시작한다.
또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면서 민철의 얼굴에 인자하신 석가세존의 은근한 미소가 보인다.
처용스님이 그런 민철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머금는다.
노름쟁이 민철이 힐링된 민철을 이기는 순간이다.

-그럼 내일 아침공양 마치고 다녀 오겠습니다 스님...
-늘 하시던 습관이 무엇인지 잘 생각 하시고 조금씩 노력을 해 보십시요...
모름지기 노름이란 것은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물욕을 노리고 만든겁니다...
조급함을 버리고 일부러 늦게 돌아 가십시요...
그래봤자 손님 기다리는 노름판은 안도망 갑니다.
강태공이 바늘에 미끼도 안끼우고 흐르는 강물에 낚싯대를 드리워 세월을 낚아 올리듯이...
인내의 기다림으로 노름을 대하셔야 합니다.
소승이 출가 전 까지 노름판을 전전해서 잘 압니다 거사님.
무슨 연유에선지...
거사님 앞에서는 모든걸 다 설파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해하지는 말아 주십시요.

-좋은 말씀 감사 드립니다 스님...
민철은 처용스님에게 두손을 합장하며 공손하게 반절을 하고 일어서서 자기방으로 간다.





아따의 글을 읽으심 기분좋은 욕쟁이가 되십니다...
댓글로 나마 정화를 하고 가심이~^^
날마다 좋은날 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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